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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흑자 그리고 주가 등락 색깔

서양에서 기원

서양에서는 "적자"와 "흑자"를 각각 "in the red"와 "in the black"으로 표현합니다. 붉은색은 부정적인 것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고, 검은색은 긍정적인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적자와 흑자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맞물려 발전해왔습니다.

 

적자(赤字)의 어원

"적자"는 한자로 "붉을 적(赤)"과 "글자 자(字)"를 합친 말로, 말 그대로 "붉은 글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정 용어로서의 "적자"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 발생한 손실을 나타냅니다.
이 말의 기원은 서양의 회계 방식에서 비롯되었으며 회계장부를 작성할 때, 수익과 이익은 검은색 잉크로 기록하고, 손실이나 지출은 붉은색 잉크로 표시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행에서 "적자"는 곧 재정적 손실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붉은색은 주로 경고나 주의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 붉은색으로 기록함으로써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흑자(黑字)의 어원

"흑자"는 "검을 흑(黑)"과 "글자 자(字)"의 조합으로 "검은 글자"라는 뜻을 지닙니다. 이는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 이익이 발생한 경우를 나타내는 재정 용어입니다. 적자와 마찬가지로 이 용어도 회계 장부 작성 방식에서 기인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익이나 수익은 검은색 잉크로 기록되었고, 이로 인해 재정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흑자"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검은색"은 보통 안정성, 신뢰성 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익이 발생했을 때 검은색으로 표시한 것은 이러한 상징성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 등락 색깔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구권 주식 시장에서는 녹색과 빨간색이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색깔 체계로, 투자자들에게 직관적인 신호를 제공합니다.

  • 녹색 : 주가 상승을 나타냅니다. 녹색은 성장과 긍정적인 변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때 이를 녹색으로 표시하여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 빨간색 : 주가 하락을 나타냅니다. 서구권에서는 빨간색이 위험과 경고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 빨간색을 사용해 부정적인 상황을 나타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는 색깔의 의미가 서구권과 반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동아시아 고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색깔에 대한 인식이 서양과는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 빨간색 : 주가 상승을 나타냅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빨간색은 행운, 번영, 기쁨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중국의 설날에는 붉은 색의 장식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부와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여, 주가가 상승하면 빨간색으로 표시됩니다.
  • 파란색 : 주가 하락을 나타냅니다. 서양에서는 녹색이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주가 하락을 나타낼 때 파란색 또는 녹색을 사용합니다. 파란색은 차가움이나 침체를 의미할 수 있어, 시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색으로 사용됩니다.

일본의 영향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 거래소가 상승을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건 일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애초 캔들차트(봉차트) 자체가 1600년대 일본의 쌀시장에서 시세 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분석의 시작이다.

이후 1700년대 오사카 도지마 곡물거래소에서 쌀을 거래하던 상인 혼마 무네히사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을 거래하다 파산직전까지 몰렸던 혼마는 봉차트를 고안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상인의 하늘, 거래의 신'으로 불리는 경지에 올라섰다.

처음에는 봉차트에 색깔이 없었지만 종가가 시가보다 상승하는 경우 양봉은 '빨간색', 하락하는 경우 '검은색'으로 표시했다. 이것이 1848년 오사카 증권거래소(현 일본거래소그룹(JPX))가 출범하면서 빨간색은 상승의 색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 역시 빨간색으로 주가의 상승세를 표현한다.

빨간색은 동양문화권에서는 신성하고 고귀한 색깔로 여겨진다. 중국과 일본의 국기만 봐도 얼마나 동양문화권이 빨간색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이 걸린 계약서의 도장 인주도 빨간색으로 찍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빨간색을 좋아하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일본의 문물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 잔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예전에 글쓰기나 좌측보행과 같은 일본의 잔재를 고쳤던 것 처럼 주식 시장의 주가 등락 색깔도 녹색과 빨간색으로 변경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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